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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가 아니라, 의도를 배치합니다

모디팩토리 AI팀 휴고 인터뷰

부품 자동 배치. 말로는 한 줄이지만 그 한 줄 안에는 수천 개의 트레이드오프가 숨어 있습니다.
부품 하나를 1mm 옮기는 결정 뒤에는 늘 ‘이게 정말 최선일까’라는 고민이 따라붙거든요.

그 고민을 매일 마주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일하고 있을까, 문득 궁금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을 직접 들어보고 싶어서 모디팩토리 AI팀에서 부품 자동 배치 엔진을 개발하고 있는 휴고를 만났습니다.


이런 분이라면 휴고의 인터뷰를 꼭 읽어보세요!

✅ PCB 설계를 자동화한다는 게 실제로 어떤 일인지 궁금한 분
✅ 한 분야에 진심인 개발자의 생각이 듣고 싶은 분
✅ 참고할 선례가 없는 문제를 맨땅에서부터 풀어가는 과정이 궁금한 분
✅ 모디팩토리가 어떤 기술적 고민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알고 싶은 분



Part 1. 모디팩토리, 그 시작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휴고, 만나서 반갑습니다. 현재 모디팩토리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안녕하세요, 모디팩토리에서 알고리즘 개발을 하고 있는 휴고라고 합니다. 저는 AI팀 소속으로 주로 부품 자동 배치 엔진 개발을 맡고 있어요.

휴고는 모디팩토리 초기 기획부터 함께 참여하신 멤버라고 들었어요. 처음 그리셨던 모디팩토리의 모습은 지금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지금의 모디팩토리는 자동 배치와 배선에 집중된 서비스 이지만 초기 그림은 훨씬 컸어요. 기능 정의부터 부품 선택, 회로도 구성, 레이아웃, 발주까지 PCB 개발 프로세스 전체를 하나의 플랫폼에서 끝내는 원스톱 서비스를 구상했었거든요.

특히 럭스로보의 모디(MODI) 블록 코딩 컨셉을 회로 설계에도 가져오려고 했었는데요, 전공자만 읽을 수 있는 회로도를 블록 다이어그램처럼 만들어서 누구나 PCB의 구성과 동작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하자는 거였죠.

그래서 초기에는 레이아웃보다 블록형 부품 DB, 부품 검색, 다양한 서플라이 체인 연결, 그리고 사용자가 만든 블록 다이어그램으로 회로도를 자동으로 구성하는 기능에 더 집중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PCB 프로세스 전체를 다 서비스하겠다는 건 범위가 너무 넓다는 판단이 들었고, 회로도 설계 쪽엔 이미 강력한 경쟁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자동 배치와 배선에 집중하는 쪽으로 서비스를 조금 더 구체화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모디팩토리는 그 방향 전환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Part 2. 로봇학부생이 회로를 만나기까지

학부 이력이 특이하신 것 같은데요, 로봇을 전공하게 되신 계기가 있었나요?

자세 제어가 적용된 ROBOCUP 참가 로봇 데모 구동 영상 (영상제공=본인)


어릴 때부터 로봇이 재미있어 보였고, 로봇학부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둘 다 공부하고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서 공부해 보고 싶었어요.

입학할 당시엔 아직 LLM이나 GPT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전이라 지금만큼 AI에 쉽게 접근하기는 어려운 시기였는데요, 어려운 분야라고 판단되었지만 그 내용들을 알아가고 정복하는 보람과 즐거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분야를 하나씩 알아가던 시기에 로빛이라는 동아리 활동을 통해 회로 설계에 본격적으로 흥미를 느끼게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로빛의 대회용 휴머노이드

로봇 사진 확대 (사진제공=본인)


로빛은 국내외 로봇 대회 출전을 목표로 하는 로봇 게임단이에요. 저는 휴머노이드 팀에서 대회용 휴머노이드를 만들었는데, 발바닥에 힘 센서를 붙여 무게 중심을 구하고 그 값으로 보행 자세를 제어하는 기술인 ZMP를 연구하며 직접 PCB를 만들고 펌웨어를 개발했어요. 그 작업을 하면서 회로 설계와 펌웨어 구성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Part 3. 도시 설계를 닮은 부품 배치의 세계

PCB를 만지며 흥미를 느꼈던 그 경험이, 지금 맡고 계신 오토 플레이스먼트 업무로도 이어진 셈이네요. 오토 플레이스먼트를 비전공자에게 설명한다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어요?

저는 PCB 부품 배치가 심시티, 즉 도시 설계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한정된 공간 안에 건물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똑같거든요.

도시에 주거 구역, 행정 구역, 상업 구역이 나뉘듯 PCB에도 전원 부품 구역, 아날로그 부품 구역, MCU 부품 구역이 있고 배치는 그 구역을 나누는 데서 시작합니다.

건물마다 사람이 드나드는 문과 도로가 필요한 것처럼 부품마다 배선이 들어갈 공간을 고려해야 하고요. 도시의 미관을 위해 건물 정렬을 맞추는 것처럼 PCB에서도 부품 정렬을 신경 쓰는데 이건 미관보다는 이후 조립과 생산 효율성 때문입니다.

이렇게 비유로 들으니 훨씬 이해가 쉬워지네요. 그렇다면 이 문제를 처음 맡으셨을 때, 참고할 만한 레퍼런스가 있었나요?

거의 없었어요. 반도체 설계(VLSI) 방법론을 가져온 연구들이 있긴 했지만 실제로 쓸 수 있는 수준의 퍼포먼스는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맨땅에 헤딩하듯 처음부터 설계를 시작했어요. 미리 설계된 다양한 회로와 PCB를 보면서 나름의 규칙을 세우고, 그 규칙을 지키는 초기 엔진을 만들었습니다.

참고할 선례조차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셨다니, 그 과정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아요. 전기적 특성, 열, 공간, 제조 가능성... 제약이 워낙 많아 보이는데, 그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어느 한 가지 물리적 제약이 아니라 제약들 사이의 트레이드오프, 즉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양보할지를 결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어요.

PCB는 선 하나라도 연결이 안 되면 동작하지 않으니, ‘모든 배선이 성공하는 배치’가 최종 목표예요. 그런데 당장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배치가, 배선 상황과 주변 맥락까지 따지면 오히려 더 나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품을 가까이 붙이면 눈앞의 배선 길이는 짧아 보이지만, 그 대가로 디커플링 캡이 전원 핀에서 멀어지거나 외곽에 있어야 할 커넥터가 안쪽으로 들어가 버려요. 표면적인 수치는 좋아 보여도 실제로는 더 나쁜 배치인 거죠.

때문에 최적의 규칙을 찾아내고 여러 목표가 충돌할 경우 무엇을 양보할지 정하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단일 지표 하나를 최적화하는 건 쉽지만 배선 가능성, 디커플링, 정렬, 외곽 배치를 동시에 균형 잡으면서 사람 엔지니어가 납득할 만한 배치로 수렴시키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어요.



Part 4. 모디팩토리 만의 차별점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셨겠네요. 그렇다면 다른 툴과 비교했을 때, 모디팩토리만의 차이는 뭐라고 설명하고 싶으세요?

상용 자동 배치 툴들과 범용 LLM(GPT) 베이스라인을 양산 보드 4종으로 같은 채점 기준에서 비교해봤거든요. 그러면서 제가 느낀 차이가 몇 가지 있어요.

가장 크게 다른 건, 모디팩토리는 'PCB가 뭘 위해 쓰이는 제품인지'를 보고 배치한다는 거예요. 비교한 툴들은 좌표와 비용 함수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으로 분석됐어요. 모디팩토리 엔진은 접근 방식 자체가 달라요. 부품을 두 갈래로 나눠서, MCU나 USB, 버튼처럼 용도와 사용자 맥락에 따라 위치가 정해지는 부품들은 LLM이 배치를 맡고, 저항이나 캐패시터 같은 보조 부품들은 정량 평가 루프가 처리하게 했거든요. 그래서 'USB는 외부를 향하게', '키패드 스위치 12개는 4×3 격자로' 같은 설계 의도를 실제로 읽어내죠. 벤치마크에서 4개 보드 전부 설계 의도 명세를 만족시킨 건 모디팩토리뿐이었고요.

또 하나는 한 가지 지표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배선 길이, 혼잡도, 디커플링 근접성, 정렬, 외곽 배치를 한꺼번에 보거든요. 실제로 어떤 경쟁 툴이 배선 길이를 34%나 줄인 결과를 낸 적이 있는데, 분석해보니 핀 헤더를 MCU 옆에 그냥 몰아넣어서 만든 숫자였어요. 디커플링 커버리지는 0%였고, 설계 의도는 하나도 못 맞췄죠. 숫자 하나만 보면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쓸 수 없는 배치였던 거예요.

마지막으로 결과물이 바로 쓸 수 있는 상태로 나온다는 점이에요. 비교한 툴들은 부품이 겹치거나 보드를 벗어나는 위반이 보드당 수십 건씩 남아서 결국 사람이 다 손봐야 했어요. 그런 위반이 없는 걸 결과물의 기본 조건으로 두고 있어서 테스트한 4개 보드 전부 100% 배치 가능한 상태로 나왔고, 속도도 3~12배 빨랐어요. 보드 하나에 3~12분 정도요.

한마디로 모디팩토리는 '이 제품이 뭔지 이해하고 배치하는 문제'로 접근한다는 게 가장 큰 차이이자 장점인 것 같아요.

앞으로 모디팩토리에서 풀어보고 싶은 AI 과제가 있다면 어떤 것들일까요?

모디팩토리 AI팀 휴고(Hugo)

모디팩토리 AI팀 휴고(Hugo)


배치와 관련해서 아직 풀어야 할 것들이 많아요.

사용자와 채팅 형태로 대화하면서 배치를 발전시켜 나가는 엔진을 만들어볼 수도 있고, 고전원 보드를 대비한 전원 플레인 배치와 전원 플레인 자동 생성 기술도 풀어보고 싶습니다. 제품의 컨셉이나 기구적 형태를 미리 고려해서 제약사항을 스스로 만들어 적용하는 기술도 흥미로운 방향이에요.


🚩 에디터 코멘트

휴머노이드의 센서 하나를 연결하기 위해 직접 PCB를 설계하던 경험이, 몇 년 뒤 자신이 만든 알고리즘으로 수천 개의 PCB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일로 이어질 거라고는 그때의 휴고도 몰랐을 거예요.

작은 흥미에서 시작된 길이 이렇게 단단한 기술이 되어가는 과정을 들으면서 모디팩토리가 만들어내는 배치 결과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진심이 쌓여 있는지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진심이 앞으로 모디팩토리를 사용하게 될 더 많은 엔지니어들에게도 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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